
아기를 쇳물에 넣자 종이 비로소 '에밀레' 하고 울렸다는 이야기, 한 번쯤 들어 보셨을 겁니다. 그런데 신라부터 조선까지의 옛 문헌을 찾아보면 이 슬픈 전설은 한 줄도 나오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이 이야기는 언제, 어떻게 우리에게 전해진 걸까요?
▶ 숏츠 영상으로 보기: https://youtube.com/shorts/7IDyS13ASnM
【우리가 알고 있는 에밀레종 이야기】

에밀레종의 정식 이름은 성덕대왕신종입니다. 경덕왕이 처음 만들게 했지만 경덕왕은 765년에 세상을 떠났고, 종은 771년 혜공왕 때 완성되었습니다. 지금은 국립경주박물관에 있으며 국보 제29호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이 종에는 오랫동안 슬픈 전설이 따라다녔습니다. 종이 제대로 울리지 않자 아기를 쇳물에 넣었고, 그 뒤로 종이 '에밀레' 하고 울렸다는 이야기입니다. 많은 분들이 이 전설을 오래전부터 전해 온 신라의 이야기로 알고 계십니다.
【옛 기록 어디에도 없는 아기 이야기】

그런데 『삼국유사』에는 종을 만들어 완성했다는 내용만 나옵니다. 고려와 조선시대 문헌에서도 아기를 바쳤다는 이야기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Korea JoongAng Daily는 이 전설에 대해 20세기 이전의 문헌 기록이 없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종 자체에 남은 기록도 마찬가지입니다. 종에는 1천여 자(1,037자로 보도됨)의 한자 명문이 새겨져 있는데, 종의 이름과 만든 시기와 이유, 제작에 참여한 사람들의 이름 등이 적혀 있습니다. 하지만 이 긴 글에도 아기를 바쳤다는 내용은 없습니다.
과학적인 분석도 있습니다. 1998년 성분 분석에서 종의 주성분은 구리와 주석이었고, 뼈의 성분인 인은 검출되지 않았습니다.
【전설은 언제 처음 기록되었을까】

알려진 가장 오래된 기록 중 하나는 호머 헐버트가 1906년에 펴낸 『The Passing of Korea』입니다. 흥미롭게도 이 책에서 이야기 속 종은 경주가 아니라 서울 한복판에 있는 것으로 나옵니다. 지금 우리가 아는 이야기와는 무대부터 달랐던 셈입니다.
고려대학교 학술 저장소에 실린 논문 「'에밀레종' 전설의 일본어 번역과 식민지시기 희곡의 정치성」의 초록에 따르면, 가장 이른 영어 기록들에는 시간과 장소 배경이 없었고 봉덕사 종과도 연결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1920년대 이후 일본인들이 이 이야기를 기록하면서 인물과 줄거리, 그리고 봉덕사 종과의 연결이 나타났다고 합니다.
특히 나카무라의 「봉덕사의 종」이 처음으로 이 이야기를 봉덕사 종과 연결했고, 이런 기록들은 1930년대 이후 한국 연구자들에게도 영향을 주었다고 합니다. 다만 이 내용은 논문의 영문 초록을 바탕으로 정리한 것임을 함께 밝혀 둡니다.
【전설보다 오래 울려온 종소리】
이 기록들로 전설이 거짓이라고 증명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옛 문헌에는 이 이야기가 보이지 않고, 지금 우리가 아는 줄거리는 근대에 와서야 기록되고 다듬어졌다는 점은 분명해 보입니다.
전설이 생기고 다듬어지는 동안에도 종은 771년부터 그 자리에서 같은 소리로 울려왔습니다. 다음에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성덕대왕신종을 보신다면, 전설과 함께 종에 새겨진 1천여 자의 기록도 한번 떠올려 보시면 좋겠습니다.
【참고 자료】
• Korea JoongAng Daily, Emille bell 기사 - https://www.koreajoongangdaily.com/korea/emille/10323984
에밀레
국립경주박물관은 1998년, 국보 29호 성덕대왕신종의 구성 성분을 분석했다. 그 결과 밝혀진 주재료는 구리(85%)와 주석(14%). 뼈의 성분인 인은 전혀 검출되지 않았다. 유명한 ‘에밀레종’ 설화는
www.koreajoongangdaily.com
• Wikipedia, Bell of King Seongdeok - https://en.wikipedia.org/wiki/Bell_of_King_Seongdeok
• 고려대학교 학술 저장소, 「'에밀레종' 전설의 일본어 번역과 식민지시기 희곡의 정치성」 - https://scholar.korea.ac.kr/handle/2021.sw.korea/132604
• Homer B. Hulbert, The Passing of Korea (1906), Wikisource - https://en.wikisource.org/wiki/The_passing_of_Korea
• Homer B. Hulbert, The Passing of Korea (1906), Internet Archive PDF - https://ia904607.us.archive.org/32/items/passingofkorea00hulb/passingofkorea00hulb.pdf
※ 본문 이미지는 사료를 바탕으로 AI로 재구성한 것입니다.
#에밀레종 #성덕대왕신종 #에밀레종전설 #국립경주박물관 #삼국유사 #헐버트 #신라역사 #한국사 #역사상식 #국보
'역사뒤집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캥거루 어원의 진실: '몰라요'라는 뜻은 속설이었습니다 (1) | 2026.10.20 |
|---|---|
| 철의 처녀 고문 기구의 진실: 중세가 아니라 18세기 기록에서 시작됐다 (0) | 2026.10.20 |
| 중세 정조대는 신화였다? 십자군 기사 아내 이야기의 진실 (1) | 2026.10.19 |
| 크루아상 유래의 진실: 빈 포위전 승리 기념 빵 전설은 가짜였다 (0) | 2026.10.19 |
| 중세 평평한 지구 신화, 워싱턴 어빙이 퍼뜨린 콜럼버스 이야기 (2) | 2026.10.19 |